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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임경선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책 리뷰

by 나연 킴 2026. 2. 5.

"글이라는 것은 확실히, 너무나 '요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수많은 글을 마주하며 직접 써왔습니다. 이렇게 일기부터 독후감 그리고 대학교에 가면 리포트까지 여러 형태의 글을 쓰면서 얻게 된 것은 무엇일까요? 글 솜씨? 화려한 문체?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비법서가 아닌, 이러한 글쓰기 자체의 매력에 매료돼 삶을 살아가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저자: 임경선

출판: 토스트

발행: 2026년 1월 7일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작가의 첫 ‘글쓰기’ 에세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SNS에 일상을 기록하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고, 유튜브 대본을 작성한다. 글쓰기는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을까? 혹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0년간 산문과 소설을 써온 저자는 이번 책에서 ‘글쓰기’라는 행위를 찬찬히 사유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갈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글쓰기에는 성공도 영광도 없다. 그러나 분명 ‘망해도 상관없다’고 느끼게 해주는 정직한 기쁨이 있다. 이 책은 다름 아닌 그 부조리한 세계에 매료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다소 무책임하게 응원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특유의 냉철한 시선과 솔직한 언어로 글쓰기를 둘러싼 환상을 걷어내고, 그 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 그 어떤 결과가 보장되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글쓰기에 대한 정직하고 내밀한 고백이다. 저자는 전업 작가로 글을 쓰며 보낸 지난 세월 동안 깨우친 글쓰기라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작가업의 빛과 그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문 《자유로울 것》에 수록했던 글쓰기에 관한 8편의 글도 치밀한 수정보완을 거쳐 이 책에 보탰다.

 

책에 관하여

 

 

책은 작가님이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된 글쓰기의 본질을, 내면의 진실한 고백과 함께 털어놓으면서 시작됩니다. 그중 가장 매력적인 글의 특성은 글쓰기가 작가의 영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영혼이 활성화되고, 고요한 공기 속에서 어떤 진실이나 본질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글에 진심을 담으면 사람은 그안에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책은 때로는 글이 도무지 써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절실함'과 '간절함'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애초에 내면에서 정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저도 뭐라도 쓰겠다고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고 나서는 한참 동안이나 헤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어쩌면 진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100% 들었던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한 글을 한자 한자 써내려 가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든 일인지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은 내 안에 10이 있으면 10이 나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나의 글에 쓰고 싶다는 열망 외에 다른 부수적인 욕망이 끼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본질 밖의 욕망들은 글을 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장에 글쓰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책은 글을 쓴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믿는 것의 순환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쓰고 싶은 것 사이에서 딜레마의 시험에 들곤 합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건 작가의 선택이지만 나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성공을 위해 인생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릴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글로 내가 성공을 이뤄도 이 모든게 거대한 거품에 불과하고, 포장지가 벗겨졌을 때 사람들의 실망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은 모든 변화에도 작가라면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인 글쓰기에 대한 기쁨을 기억한다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진심은 통하고 글에 시간과 정성을 쏟으면 어느덧 내가 나를 믿게 되고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타인이 나를 믿어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글을 쓰는 작가의 삶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서 모두 등을 돌려도 나를 믿어줄 사람은 '나' 하나라는 생각으로 온 마음을 쏟다보면 다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믿음을 주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믿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기쁨만으로 스스로 버티는 방법을 터득한 자만이, 지속 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파트에는 작가로 사는 인생에 대한 진솔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엄마, 아내로서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오전에 작가로서 열과성을 다해 글에 몰입하는 삶이 루틴으로 단단히 잡혀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책을 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인지도가 쌓이기 시작했는데, 이후에 온갖 연락을 받게 되면서 작가로서 회의감이 생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소수의 팬이었던 시절을 어필하면서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당당히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를 거절하면 유명해져서 변했다는 쓴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진다는 것은 어쩌면 길거리에 서 있는 전봇대의 팔자를 떠안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침을 무심코 뱉어도, 강아지들이 턱하니 다리를 들고 볼 일을 봐도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감당해 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분야에서 유명세를 얻게 되면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인간관계라고 합니다. 특히 자신의 글이 대중들에게 읽히는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를 버티는 것은 작가에게 부과된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작가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아야 하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휩쓸리지 않도록,
마음이 꼬이거나 상하지 않도록
마지막에 가서는 나를 지키는 것 또한 자신에게 부과된 책임이다.

 

리뷰

 

 

처음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작가로서의 삶을 적어내려간 내용일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오히려 작가님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라는 큰 덩어리 안에 살아가면서 생각해볼 거리가 다양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조심이 도전해본 책인데 한번쯤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말에 글쓰기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 것 같았습니다. 더 좋았던 점은 단순히 글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살면서 슬럼프가 오거나, 잘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꾸만 혼자 뒤처지는 기분이 들때 어떻게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고 계실 그리고 앞으로 글을 쓰고 싶은 모두에게, 좋은 글은 글쓰기를 대하는 진심어린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인상깊은 에세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