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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빛과 실🪴_한강

by 나연 킴 2025. 8. 11.

안녕하세요 😄

오늘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신 '한강' 작가님의 에세이를 가져왔습니다! 책에는 한강 작가님의 수상 강연문도 수록되어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어떤 마음 가짐으로 집필을 시작하시고, 책에는 어떤 의미를 두시는 지도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럼 본격적인 책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행: 2025. 04. 18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2024년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신작 '빛과 실'이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작가가 작가의 온전한 최초의 집으로 '북향방'과 '정원'을 얻고 나서 써낸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이, 역시 작가가 기록한 사진들과 함께 묶였다.

 

저자, 한강

 

한강 작가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때인 1992년 연세춘추 주관 연세문학상에서 시 부문인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3년 대학 졸업 후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습장을 준비하다가, 그 해 계간지 '문학과 사회' 24호에 시 '얼음꽃' 외 4편을 발표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에는 '한강현'이라는 필명을 사용했고 차기작부터는 한강이라는 본명을 사용했다. 2016년 5월 17일 오르한 파묵, 옌렌커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을 이기고 아시아 최초로 영국의 '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그 뒤로 2024년 대한민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녀의 장편 소설에는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책 파헤치기

 

 

'쓰는 사람'이 된 순간

한강 작가는 시를 쓰고, 단편 소설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완성하기까지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개인적인 삶의 상당한 시간들과 맞바꾸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에게는 그 시간이 소중했고,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어서 특별했다. 소설을 쓰기 전과 과정을 모두 거치고 책을 끝마쳤을 때의 사람은 같은 사람일 수 없다.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을 쓰던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그녀는 많은 질문들에 머물러 있었다.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채식주의자 속 주인공 영혜는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거부하고, 종내에는 스스로 식물이 되었다고 믿으며 물 외에 어떤 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매 순간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함을 가지고 있었다. 책의 마지막은 초록의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앰뷸런스 안을 비추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 전체가 그렇게 질문 상태에 놓여있고, 저항하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열린 상태의 결말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이 질문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소설이 탄생했다. 작가가 아홉 살 시절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 안에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곤봉과 총검, 총격에 살해된 시민들과 학생들의 사진들이 실려있는 것을 알게된다. 그녀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그러다 1980년 5월 광주가 하나의 겹으로 들어가는 소설을 상상했고, 2012년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갔다. 하나의 겹이 아닌 정면으로 광주를 다루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 9백 여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약 한 달에 걸쳐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고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소년이 온다'의 제목은 동사의 현재형이다.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2성부

희망이 있느냐고
너는 나에게 물었지

어쩌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그런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나에게도 희망은 있어

시, 소리(들) 中

 

 

북향 정원

마흔 여덟, 작가는 본인의 명의로 온전한 최초의 집을 갖게 된다. 조용한 보행자 골목에 있고, 높은 건물이 해를 가리지 않는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꽃씨를 뿌려 늦봄마다 피어나던 모란의 커다란 꽃송이들, 목련나무 그늘에 평상을 두었던 기억, 감나무를 올려다보며 새빨간 홍시를 셌던 기억을 가지고 작가는 정원을 꾸미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집이 북향이라 해가 잘 들지 않아 조경사님도 너무 어려운 식물은 키우는 것을 만류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리 작아도 정원은 정원이라며, 건강하게 키우려면 거울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남쪽으로 비치는 햇빛을 주는 거예요. 반사시켜서. 여기는 종일 빛이 없잖아요"

 

이후 계절마다 바뀌는 햇빛을 따라 거울을 배치하기 시작한다. 책에 삽입된 사진은 잎과 가지들의 그림자가 그 안에서 음각화 같은 형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제 햇빛에 대해 조금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

 

 

정원 일기

3월 30일

옥잠화를 보며 싹이 트는 시기도 다르고 잎이 나는 모양도 다른 식물을 보며, 식물 특유의 태연한 씩씩함에 감탄한다. 식물은 고유의 속력과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은 은은하고 고요하다.

 

4월 17일

작년에 죽은 줄 알았던 둥글레가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흙 위로 죽은 것처럼 보여도 뿌리가 살아 있으며 되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에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걸.

 

12월 18일

"내 작은 집의 풍경에는 바깥 세계가 없다. 중정이 주는 평화. 내면의 풍경 같은 마당"

내면에 평온함을 주는 마당은 행인도 거리도 우연의 순간도 없다. 대문 밖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외부로 열린 방향은 명확하고, 열려있는 하늘에서는 무엇보다 따뜻한 햇빛이 내리고 있다.

 

읽고 난 후

 

에세이를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한강 작가님의 삶은 '질문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서 질문으로 이어지는 작가님의 소설은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빛나는 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작은 활자 하나와 글에 대한 작가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책들에는 '그저'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에는 많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이 녹여져 있고 독자로 하여금 눈물 짓게 하는데, 그 안에는 당시 희생자들의 고통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작가님의 열정이 녹아져 있었다. 제목에도 어쩌면 현재에도 다가오고 있는 그 모든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담아놓았다. '채식주의자'는 시작과 끝까지 질문으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 폭력을 피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죽음에 가까워지는 주인공을 보면서 공감을 느끼는 사람도,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달리는 앰뷸런스 안을 비추면서 그 뒤로 어떤 상황이 펼쳐질 것인지는 독자에게 질문으로 남겨두었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으로 가득하다.

 

작가님의 책은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만 같다. 생명이 살아 숨쉬는 책 속에서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이 드러나는 듯하다.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도 빛을 만들어 주는 거울처럼 어둡다고 여겨지는 우리의 사회도 각자가 품고 있는 빛을 반사시켜, 서로를 빛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랑이란 어디있을까?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사랑이란 무얼까?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아름다운 금실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