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작가님이 시각장애인으로서 경험한 일들을 덤덤하면서도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적어내려간 에세이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조승리 작가님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작가님이 살아가시면서 겪은 어려움과 고난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낸 강한 의지가 숨겨져 있습니다.
글의 깃든 힘을 느낄 수 있는 책 소개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저자: 조승리
출판: 달
발행: 2024. 03. 29
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에세이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으로 새로운 타이틀을 갱신하며 나아가는 조승리 작가의 첫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가 교보문고 리커버:K로 돌아왔다. 조승리 작가는 데뷔작인 이 책을 통해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시작된 순간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독자들로부터 늘 "시원시원하고 유쾌하다"는 감상을 듣는 반전매력의 소유자답게 이번 리커버판은 원 표지 그림이었던 김선우 화가의 'Flags'를 다시 한번 사용해, 조승리 작가 특유의 "훤칠한" 캐릭터를 생명력 넘치는 컬러감으로 드러냈다. 김선우 화가의 작품에서 '도도새'는 날지 못하는 바보 새가 아니라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존재다. 그 상징성을 통해 시각장애인이자 작가로서 활약 중인 조승리 작가가 현 시대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알 수 있다.
조승리 작가만의 독특한 사인 이미지와 교보문고 독자들을 향한 기념 인사말이 담긴 이번 리커버:K는 교보문고 온,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
조승리 작가는 15세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해 20대에 후천성 전맹 시각장애인이된 한국의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이다. 2023년 샘터 문예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가 있고, 이 작품으로 2024년 알라딘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 다른 에세이 집으로는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솔직하고 유쾌한 글쓰기로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소설가 장강명이 주도하는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활동했고, 2025년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에 단편을 발표했다. 그녀는 단순히 '시각장애인 작가'로 불리기 보다 좋은 대표작으로 기억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86년 아시안게임을 보고 지어주신 이름 덕분에 '신나는 일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는 천상 작가'라는 소개처럼,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책 탐구하기

책은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위주로 책을 탐구해보려고 한다. 먼저 작가님은 오랜기간 안마사로 일을 하시다가 서른일곱이 되던 해 복지관 글쓰기 선생님의 추천으로 공모전에 나가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 나이에 시각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10여 년간 시력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손에 닿는 대로 책을 꺼내 활자를 눈에 담았다고 한다. 작가님의 어머니는 안과에서 진단을 받고도 믿을 수가 없는 현실에 온갖 노력을 하며 시력을 돌려놓으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깨닫고 결국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딸과 어머니 두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 갈등을 겪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님은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내가 가지고 있던 편협한 생각을 깨주었다. "극복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극복'이라는 단어가 당사자에게는 오만한 단어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첫 에피소드에서는 작가님이 카지노 호텔에서 마사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선배의 전화를 받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며 호텔로 향하는 이야기이다. 마침 그날은 여의도 불꽃 축제를 하는 날이었고 기사님은 그녀가 시각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창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군중의 환호 소리와 불꽃이 튀기는 소리를 들으며 차를 타고 가면서 작가님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저 불꽃을 볼 수 없다 해서 아쉽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불꽃은 더 찬란하고 빛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작가님은 복지관에서 주관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지만, 비장애 안내인을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포기한다거나 다음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곤 하지만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을 가겠다는 마음 하나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장 친한 두 친구와 타이완 여행 계획을 짜게 된다. 여행사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문의를 했는데, 대부분 거절하고 겨우 연락해주겠다고 하는 한 곳을 찾게 된다. 마침 동료에게 장애인이 운영한다는 여행사도 소개받았다.
출국 날, 예약한 항공사에 케어 서비스를 요청했는데 면세점 쇼핑부터 제대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아 고난을 겪는다. 겨우 가이드를 만나 여행을 시작하는데, 그는 화교로 한국인 아내와 딸 하나를 가진 아버지였다.
"도착했다! 거절당했던 세 명의 장애인이, 우리끼리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즐기는 장면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가이드는 장애를 동정하지도, 그들을 남들과 다른 존재로 인식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관광지는 재미없다며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하자, 그들을 이렇게 답한다. 커피 한자 손에 들고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고. 비장애인들에게는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사소함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콕 박혔다.
보이지 않아도 보고 싶은 욕망은 있다.
들리지 않아도 듣고 싶은 소망이 있다.
걸을 수 없어도 뛰고 싶은 마음은 들 수 있다.
모든 이들은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작가님이 안마사로 일하시면서 겪는 에피소드도 소소하지만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다. 올해 84세로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그녀에게 마사지를 받는 고객이 있었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는 것 외에 다른 질병은 없었지만, 노인에게는 마음의 병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이 끝났으니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끝으로 남편을 잃었다. 그는 급성심근경색으로 62세였다. 그녀는 반려자와 작별한 지 2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그 사실을 믿을 수도 잊을 수도 없다고 한다. 준비가 되지 않은 이별이 그녀에게 마음의 병으로 남겨진 것이다.
이후로 그녀는 점차 고립되어 갔고 급기야 아파트 현관 앞 한 걸음만 넘어가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려워졌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의지를 하는 날이 늘어갔지만, 자식들도 제 가정이 먼저였기에 결국 부담스러운 마음에 점차 관계까지 멀어지게 됐다.
"봉사님, 저 담 좀 커지는 안마를 해주세요"
노인은 어버이날 교회에서 버스를 대절해 관광을 보내줬는데 자신만 못 갔다며, 내년에는 꼭 갈 수 있게 담 좀 커지는 안마를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이후로 작가님과 노인은 만담 수준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가 친구들과 다녀 온 여행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노인은 앞도 못 보는데 혼자서 비행기도 잘 타고 다닌다며 감탄을 했다. 마음의 병으로 고립되어 버린 노인을, 장애를 가졌지만 그것조차 삶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가는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위로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힘을 전해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온전하지만 용기가 없었던 내 자신이 밉게 느껴지기도 했다.
"담아, 커져라! 내년에 관광 좀 가보자!"
"어여차! 기운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4년동안 활동지원사로 인연을 맺은 수미씨와의 에피소드이다. 그녀와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같다고 한다. 수미씨는 생계가 목적이 아니라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장애인 활동지원사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늘 진심이었지만 작가님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와 길을 걷던 중 수미씨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놓는데, 몸이 불편한 아들을 두고 화려하게 꾸민 어머니를 보면서 자기 꾸밀 시간에 아들을 챙겨야하는 것이 아니냐며 토로했다. 그러면서 성치 못한 자식을 더 챙기고 희생해야지, 그게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 아니냐며 얘기하자 그녀는 결국 "수미씨는 장애인 자식 없어봤잖아요. 그래본 적 없으면서 희생하지 않는다고 헐뜯을 자격 있어요?"라고 화를 내게 된다.
수미씨는 결핍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마 작가님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존경할 만한 부모 밑에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어릴 적부터 자기 안위밖에 몰랐던 아버지가 문득 떠올라 괴로웠을 것이다. 티 없이 해맑은 사람인 수미씨와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사람이 아무리 오래된 관계라고 해도, 그리고 깊은 속 이야기까지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함부로 그 안에 들어가 나만의 생각을 펼쳐놓으면 안된다는 사실도.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장애인학교를 졸업하는 날에도 찾아오지 않으셨다고 한다. 첫 졸업식이었기에 찾아오지 않은 어머니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창피했어! 내 자식이 장애인이 된 것도, 그곳에 내가 가는 것도 다 부끄럽고 외면하고 싶었어"
이해할 수 있지만, 이해하면 할 수록 마음 아픈 솔직한 감정이 드러나는 말이다. 부모에게 부끄러운 자식이 된 것만 같은 현실에 어머니를 연민하기도 했지만 증오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위태로운 감정이 유지되던 사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꽃을 선물했다. 국화는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했던 죄책감이었다고 한다. 장애인 학교가 써있는 트로피조차 부러진 화장대 다리 한쪽을 고정시키는 용도로 써버린 어머니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 누구보다 자식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작가님의 새로운 장래희망은 한 떨기의 꽃이라고 한다. 비극을 양분 삼아 가장 단단한 뿌리를 뻗고, 비바람에도 결코 휘어지지 않는 단단한 줄기를 하늘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꽃송이가 되어 기뻐하는 이의 품에, 슬퍼하는 이의 감스에 안겨 함께 흔들릴 것이라고 말한다.
느낀 점

'위로해줄게! 읽어봐!'라고 말하는 책들이 종종 있다. 책에는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 겪는 아픔은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있다. 그것을 읽고 나는 내가 맞이한 현실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하는 합리화를 하면서 위로를 받고는 했다. 이 책은 작가님만이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덤덤한 문체로 나열했지만, 그 어떤 에세이보다 위로와 감동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위로가 어디서부터 기인된 것인가 떠올려 보면 아마 내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된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는 나는 내 자신을 그리 소중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반해 모든 일에도 기회를 엿보고 성장하는 작가님의 경험담을 보면서 나라는 존재가 작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
보지는 못해도 더 많이 느끼면서 살아가는 작가님이 품은 향이 책에 가득 담겨있어서 좋았고, 나도 아직은 작은 잎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꽃을 피워내 어떤 바람도 견디는 단단한 존재로 남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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