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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에세이

아주 느린 작별🌿_정추위

by 나연 킴 2025. 12. 25.

안녕하세요👏

오늘은 크리스마스네요! 모두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벌써 연말이 찾아오면서 2025년도 보내줄 시간이 왔네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데, 작은 순간이라도 주변에 있는 친구, 가족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곁에 있지만 더이상 서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제목은 '아주 느린 작별'이고 치매에 걸린 남편을 곁에서 간호하면서 지켜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에세이로 연말이 다 지나가기 전에 한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저자: 정추위

번역: 오하나

출판: 다산책방

발행: 2025년 8월 25일

 

말을 잃어가는 배우자와 침묵을 껴안은 언어학자의 이야기

 

"당신이 온 세상을 잊어도 나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대만의 세계적 언어학자 정추위. 40년 넘는 세월을 매일 대화를 나누며 동고동락한 남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치매가 덮쳐온다. 그는 수학 교수였을 만큼 논리적이며 지성으로 빛나는 사람이었지만 하루가 다르게 말이 짧아지고 기억을 잃는다. 사랑했던 기억도 사랑의 언어도 사라져간다. 수많은 책, 그 어떤 연구 자료로도 알 수 없었다. 몸은 살아있지만 마음은 매일 세상을 떠나가는 배우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이것은 그가 보내는 아주 느린 작별 인사일까. 이 거대한 상실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까.

'아주 느린 작별'은 언어학자인 저자가 치매로 말을 잃어가는 배우자와 함께한 시간을 써 내려간 에세이다. 계약 후 불과 4개월 만에 완성된 원고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대만 전역을 눈물과 감동으로 물들였다. 반려자를 하루하루 잃어가는 슬픔, 매일 덮쳐오는 불안과 무기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사랑, 단단한 생의 의지가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겨 있다. 국내 유명 사진 작가 GABWORKS의 작품을 수록하는 등 상실 속에서도 변치 않는 생의 의지를 아름답게 담아냈다.

 

작가

 

나밖에 모르던 남편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내뱉은 '가슴 아픈 한 마디' (정추위 교수)

책의 저자는 대만의 세계적인 언어학자이다. 1950년 타이베이시에서 태어났고 국립 타이완 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유학 후 바로 대만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립연구소인 중앙연구원에 들어가 평생 언어 연구에 종사했다. 특히 음성운율 연구 방면에서 독창적인 연구 방법으로 풍부한 성과를 내어 타이완 언어학 학회 평생 공로상, 유럽 언어자워협회의 안토니오 잠폴리상을 수상했다.

 

어느덧 68세의 노학자가 되어 정년을 2년 앞두었을 때 가난한 유학 생활, 연구, 딸아이 육아까지 함께 헤쳐오며 40여 년간 동고동락한 남편이 치매 진단을 받는다. 수학 교수였을 만큼 논리적이였으며 자신과 하나뿐인 딸에게 누구보다 다정한 대화 상대였던 반려자가 날이갈수록 언어와 기억을 잃자 서둘러 은퇴하여 집에서 그를 돌보는 24시간 대기조, 전천후 보호자가 된다. 남편은 있으나 동반자가 없는 시간을 겪어내며 자신의 몸과 마음도 병들어간다.

 

이 책에는 배우자를 하루하루 잃어가는 사랑과 슬픔, 매일 덮쳐오는 불안과 무기력 앞에서도 꺾이지 않는 생의 의지가 언어학자의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으로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계약 후 불과 4개월 만에 써 내려간 원고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대만 전역을 눈물과 감동으로 물들였다.

 

후기

 

인상깊었던 장면 위주로 책을 읽은 후기를 남겨보겠습니다📖

 

 

배우자가 있어도 홀로 늙어가는 시간

4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동반자가 하루하루 나로부터 멀어져 간다면, 이후의 마음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유명한 언어학자인 작가님은 평생을 몸과 마음을 쏟아내며 연구한 '언어'를 토대로, 치매 환자를 돌볼 때 언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고된 하루 끝, 남편과의 짧지만 허심탄회한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의 말은 점점 짧아져갔고 이제는 대화를 나누지 못할 상황에 처해졌을 때, 그녀는 그의 반려자를 넘어 전천후 보호자가 되었다.

 

홀로 집에서 남편을 돌보는 것에 한계를 느낀 그녀는, 결국 그를 장기 요양기관에 맡겼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그를 찾아갔는데 직접 내려마실 정도로 좋아했던 커피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그의 기억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인생 마지막까지 이 잔인한 병 앞에 함께 서 있는 것 외에
내가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제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함께 있어주는 것뿐이라는 현실이 정말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생각해보면 나의 소중한 사람이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팠으면'하는 마음이 들곤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현실을 동화처럼 만들어주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렇게 곁을 지키는 것뿐인데 소리없이 사라져가는 남편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져내렸을 것 같다. 

 

하루를 버티는 법

그를 집에서 간호했을 때, 그녀는 68세의 나이에 남편을 돌보느라 건강에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밤이 되면 화장실부터 거실, 온 집을 돌아다니는 남편때문에 잠을 자도 깊이 자지 못했고 거의 깨어있는 것과 같은 상태로 밤을 지새웠다. 한번은 서재에 문을 잠가뒀는데 남편이 서재 문을 열려고 한참을 문고리를 돌려서 그 소리에 잠을 깼다고 한다. 어느날 남편은 휴지를 접어서 온갖 장소에 두었는데 이제는 아내의 서재까지 침범해 물건을 어지럽히는 걸보고, 그녀는 그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말을 걸어도 대화를 할 수 없고, 생각을 나눌 수 없는 남편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참고, 하루를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한밤중에 그가 나가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산책을 나가서 그의 진을 다 빼고 피곤하게 만든 뒤 침대에 눕혀 잠에 들게 하기도 했다. 24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그녀가 그를 위해 짜둔 스케줄이었다. 매일의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매일 넘어야 하는 산, 들이는 노력, 견뎌야 할 심리적 압박이 어떤 것인지는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24시간 옆에서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남편만이 아니었다. 그녀도 반려자, 보호자이기 이전에 한 노인이었다. 어둡고 긴 터널을 남편의 손을 잡고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 다짐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사랑만으로는 견딜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지키면서도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하는 불확신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요양기관에 보냈고,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무기력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하는 지침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정답은 없었고 그녀는 그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살펴야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빠를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두 사람에게는 딸이 있었는데, 그는 치매에 걸리기 전 딸에게 둘도 없는 친구와도 같은 아빠였다고 한다. 딸은 지금 멀리 떨어져 살면서 종종 그들을 찾아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홀로 아빠를 돌보면서 괴로워하고 있는 엄마에게 딸이 전한 위로의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엄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아빠 반응을 그렇게 담아두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아빠를 사랑하고 있으면 돼요.
아빠도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거예요. 
분명 그래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사세요.
진료도 받고 약도 잘 먹으며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힘내서 아빠를 계속 사랑할 수 있도록, 아빠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계속 되어줄 수 있도록요.

 

엄마가 얼마나 간절하게 아빠를 간호하며 지키고 있는지 온전히 느낀 딸은, 속상해하는 엄마에게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엄마가 엄마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특히 아빠가 알아주지 못해도 우리는 계속 아빠를 사랑하고 있으면 된다는 말이 안타까우면서도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이후로 그녀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독서를 시작했고, 채소를 섞은 만두도 빚고, 겨울에는 각종 감귤을 섞어 마멀레이드를 만들며 활기를 되찾았다. 그렇게 달력에 새 일정이 채워지는 만큼, 그녀의 인생은 새로운 기대감으로 차오르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공감됐던 것은 딸이 엄마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는 말이 자칫 자식한테 부담되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제일 부담스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엄마로서 자식이 지금의 상황을 온전히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배려한 말이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는 것이다. 엄마가 내린 결정이 온전히 엄마를 위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지금까지 남편을 돌보느라 쳐져있던 마음에 불씨를 피워냈을 것 같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 자식 간에 소통하고 배려하며 진심과 성의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하다면 부모가 무엇을 원하고 자식이 어떻게 하느냐는 조금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추신. 딸의 이야기

 

 

이야기를 읽는 내내 딸의 입장도 궁금했는데, 책 뒷부분에 추신으로 딸, 란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 상황이 또 달라서 흥미로웠다. 딸은 아빠의 치매 사실을 듣고 되도록이면 담담한 척을 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엄마가 놀라지 않도록, 그리고 그녀가 남편으로 인해 자신을 잃지 않도록. 아버지를 찾아가면 딸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저 미소만 짓고 있어도 속상한 마음을 누르고 현실을 직시하려고 했다. 특히 건강이 악화되고, 우울증이 찾아온 엄마를 바라보며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그녀의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고 응원하는 마음이 참 단단하면서도 용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니 만약에 우리 가족 중에서도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나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매일을 괴로워만 하고 있지 않을까싶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가족의 사랑과 존엄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이 온 세상을 잊어도, 나는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라는 말은 이 세상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너무나 위대한 사랑의 말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