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인문 철학

책은 도끼다🪓_박웅현

by 나연 킴 2025. 10. 11.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현재 TBWA KOREA 조직문화연구소를 맡고 계신 박웅현님의 인문학 강독회를 담아낸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제목 자체가 신선한데요 바로 '책은 도끼다'입니다. 여기서의 도끼는 말그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도끼가 맞고, 얼어붙은 우리의 감수성을 책이라는 도끼가 깨줌으로써 새로운 생각의 바다가 열리게 된다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학생분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강연하신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있어서 모음집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안에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내용 몇 개만 추려서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저자: 박웅현

출판: 인티앤

발행: 2023년 9월 5일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는 '책은 도끼다'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 박웅현이 자신만의 독법으로 읽어낸 시대의 '도끼들'

이 책은 출간 후 45만 부 가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책은 도끼다'의 개정판이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며 주목받은 광고인 박웅현이 자신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이야기한다. 재출간되는 개정판은 사양에 변화를 주어 무게감을 덜었고, '책은 우리 삶에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라는 의미를 어두운 바다와 부서지는 포말로 은유적으로 표현해 표지에 담았다. 기존 도서의 핵심은 그대로 두고 글을 다듬었으며  도서 안의 사진과 그림은 새로 갈음했다.

 

작가

 

 

박웅현 작가는 1961년 4월 1일 생으로, 대한민국의 광고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일을 시작해 현재는 TBWA KOREA의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인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가 만든 광고로는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잘 자 내 꿈 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혁신을 혁신하다" 등이 있다. 작가로는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등의 책을 출간했다.

 

책 탐구하기

 

작가님이 소개해주시는 여러 책, 시, 이야기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도 쓸모 있을걸

'나도 쓸모 있을걸'은 평생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로 살아오신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만난 아이들의 시를 모아 엮은 책입니다. 책 속에는 어른의 관점으로는 보기 힘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 속의 아이들이야말로 창의적인 일이나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사람에게 스승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 중에 가장 인상깊으면서 귀여운 시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가다가 손님 오면
고약한 직행은 그냥 가고요,

인정 많은
완행은 태워줘요.

달리기는 직행이 이기지만,
나는 인정 많은 완행이 더 좋아요.

의성 이두국교 5년 박희영 '버스' 中

 

완행버스는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로, 이 시를 읽고 나니 새삼 완행버스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버스라도 어떠한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스쳐지나가듯이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것도 어린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 의미를 다시 알아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2. 김훈, 자전거 여행

작가님의 창작 영역에 있어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한명인 소설가 '김훈'의 이야기가 꽤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이 넘쳐나는 것이 김훈 작가님의 책이라고 말합니다. 김훈 작가님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시절부터 필명을 날릴 만큼 유명했다고 합니다. 이후 마흔일곱에 등단해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타면서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 됐습니다.

 

그 중 책 '자전거 여행'은 김훈 작가님이 1999년 2년간 전국 산천을 '풍륜'이라고 이름 붙인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 김훈 작가님이 '목련'을 발견하고 쓴 글귀하나가 마음에 들어와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목련은 등불 켜듯이 피어난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가 '목련꽃'입니다. 그 이유는 피고 지는 과정이 인간의 삶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훈 작가님의 이 글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화창하게 청춘을 뽐내고 천천히 늙어가다가 결국 펄썩 떨어져 한때 빛나던 모습을 잃어가는 목련의 한 인생을 이렇게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3. 김훈의 들여다보기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 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수박을 자세히 살펴보면 좀 오묘한 모습입니다. 겉면이 녹색인데 어울리지 않는 검은 줄이 가 있고, 안쪽은 비슷한 색도 아닌 정반대의 빨간색을 갖고 있습니다. 빨간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밤하늘 우주에 별이 떠 있는 것처럼 까만색 씨앗이 점점이 박혀있습니다. 이 구절은 수박 하다도 허투루 보지 않는 김훈 작가님의 들여다보기의 결정체입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점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주목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처럼 보지 못하는 이유는 늘 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핍의 결핍, 즉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익숙한 건 좋은 것이지만 그 익숙함이 외치는 말을 듣지 못하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 됩니다.

 

4.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저도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라는 책이 워낙 유명한 책이라고 들어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어릴 적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확히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시 꺼내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이 책은 사랑을 해부하듯 현대인의 불안을 해부해줍니다.

 

실제적 궁핍은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고 외려 늘어나기까지 했다.

 

알랭 드 보통은 바로 이것, 상대적 궁핍과 궁핍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작가님은 버트런 드 러셀의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 더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다"라는 말을 인용해서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읽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재미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 사랑, 불안 이런 이슈가 아니어도 지적인 대화가 꽤 많이 나와서 다른 책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준다고 말합니다.

 

존 러스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존 러스킨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주요 예술 평론가이자 후원가, 소묘 화가, 수채화가, 저명한 사회운동가입니다. 책 안에 그가 말한 말의 한 구절이 나옵니다.

 

러스킨은 말한다. "삶, 즉 사랑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하다"

 

인생의 풍요로움은 돈처럼 물질적인 것보다 감수성과 감성에서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행불행은 조건이 아니다. 선택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행불행에 대해 정리하게 됐다고 합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행불행이 우리의 운명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현상을 앞에 두고도 내가 행복을 선택할 것이냐 불행을 선택할 것이냐 입니다. 다 가졌다고 행복할까요? 우리는 보통 행불행을 조건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세와 태도의 문제이고 결국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저는 작가님이 정리해주신 행불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읽고 작지만 강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리뷰

 

 

책을 읽다보면 글과 관련된 그림, 사진이 등장하는데 확실히 글만 읽는 것보다 그림과 함께 보는 것이 이해하기가 더 편했던 것 같습니다. 풍경 사진, 유명한 화가의 그림 등이 종종 등장해 환기를 시켜주고 작가님이 설명해주시는 부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리고 한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꽤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처음 접해 본 작품도 많았지만, 제가 과거에 읽어본 책이나 시들도 많이 등장해서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그냥 읽는 것보다 혹시나 자기가 예전이 알고 있었던 작품이나, 읽어 본 책이 나오면 작가님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가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은 작품이지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책은 도끼'인 것처럼 책은 많이 읽힐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여러 생각과 해석들이 모이면 강한 힘이 생겨 내가 가진 편협한 마음을 깰 수 있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 책 자체가 작가님의 강연들을 모아둔 작품이라, 읽으면서도 간접적으로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으며 '와 이걸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수업을 듣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친근한 말투와 한 작품 한 작품 넘어갈 때마다 디테일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주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작가님은 "깨달음이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살면서 계속해서 그 깨달음을 기억하고 되돌아보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이 강의를 하게 된 것은 작가님의 독법에 대해서 그리고 울림을 줬던 책들을 소개하고 공유하면서 우리만의 독법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수박 겉핥기 식의 독법을 벗어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독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또 내가 가진 책들이 나의 도끼가 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