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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_프로데 그뤼텐

by 나연 킴 2025. 5. 12.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새롭고 흥미로운 소설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배 운전수로 평생을 살다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본격적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저자: 프로데 그뤼텐

번역: 손화수

출판: 다산책방

발행: 2025. 01. 15

 

이토록 찬찬히, 이토록 아름답게 '죽음'을 들여다보는 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모든 인간의 근원적 화두라 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죽음.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인생의 주요한 사건이자 종착점. 이 소설은 생의 마지막 언저리에 다다른 닐스 비크의 시선으로 쓰인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삶이란 결국 죽음을 향한 여정이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이냐의 문제는 곧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와 같다는 잔상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노르웨이 현대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꼽히는 프로데 그뤼텐이 10여 년 만에 발표한 장편 소설로, 출간된 그 해 브라게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의 배경은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의 작고 고요한 마을이다. 페리 운전수인 닐스 비크는 무수한 삶들을 배로 실어 나르며 일평생을 보냈다. 생의 마지막 날에도 닐스는 여느 때처럼 피오르를 항해하는데 이날의 승객들은 조금 특별하다. 한때 닐스의 배에 탄 적이 있는, 그러나 지금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이들이 차례로 배에 올라타는 것. 죽은 자들은 닐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죽음에 관해, 실은 자신의 삶에 관해. 각자의 방식대로 생에 충실했던 그 모든 평범한 자들의 목소리가 배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마지막 날에 이르러 닐스가 돌아보는 자신의 삶이란, 결국 그를 스쳐 간 모든 삶의 종합이었던 것이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에는 서로 긴밀하게 또는 느슨하게 연결된 채 살아온 이들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맞이한 죽음이 담담한 문체로 서술된다. 이 소설이 눈부시게 찬란한, 놀랄 만큼 아름다운 순간들로 들어차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나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한 사람이 살아낸 생애를 들여다 보는 일과 같으며, 한 생애가 가장 선명하게 남기는 흔적은 대개 사랑이기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지만 그 핵심은 바로 삶"이라는 현지 언론평처럼, 결국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삶에 대한 애정과 경외로써 쓰인 소설이자 영원히 기억되는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작가 프로데 그뤼텐은 1960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태어났다. 노르웨이 현대문학을 이끄는 소설가이자 시인, 저널리스트이다. 1983년 시집 '시작'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연작소설 '별통의 노래'로 노르웨이 최고의 권위의 문학상인 브라게문학상을 수상하고 노르딕평의회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2005년 장편소설 '표류하는 곰'으로 리버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단편집 'Rom ved havet, rom i byen'으로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문학상과 멜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어리인책 다수를 집필하기도 했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는 프로데 그뤼텐이 10여 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오래 기다려온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이 소설로 2023년 브라게문학상을 또 한 차례 수상함으로써 프로데 그뤼텐은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브라게문학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가 되었다.

 

책 내용 정리(스포주의)

 

 

소설의 배경은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가이다. 피오르 양 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한 페리 운전수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U자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길고 좁은 만을 의미한다. 노르웨이어로는 fjord이고, 북극과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한 평생을 페리 운전수로 지내다 아내, 마르타를 먼저 떠나보내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책은 시작한다. 오랜기간 아내와 함께 지낸 저택을 떠나면서 그는 자식들에게 짧은 글이 담긴 엽서를 남긴다.

 

나는 이 집을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항상 서로 위하며 살아가기 바란다.
아버지로부터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를 불에 태운다. 거뭇한 핏자국, 누릿한 소변 자국, 모유를 흘린 자국, 수십 년 동안의 정자와 땀, 각질과 비듬과 손톱 등 그가 잊고 살았던 희망과 기쁨이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 매트리스는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낯선 이에게 자신의 과거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 전 여느 때처럼 일을 하기 위해 그는 배에 몸을 싣는다. 배는 'MB 마르타'로 그가 전쟁 직후에 구입했고, 바다를 가르고 파도와 바람을 견뎌낸 배였다. 그는 삶의 마지막 날에 시간을 가로지르는 선을 긋고 그 선을 따라 거슬러 가면서 시간이 그를 어디로 이끄는지 보려고 했다.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그가 키우던 강아지 '루나'를 발견한다. 루나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에 그를 찾아와 여행길에 올랐다. 닐스의 배는 그들 존재의 작은 일부였고, 삶의 한 방식으로 존재했다. 그날 배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가 기억하는 모든 추억들이 올라탔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세상을 이미 떠난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닐스가 배에 태우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떠나간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해서일까. 죽음을 맞이한 손님들은 닐스를 다시 찾아와 그때 그시절의 추억을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 중 한 손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오전 9시 30분 부두 근처에서 기타 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은 1971년 당시 추운 아침 닐스에 의해 발견됐다. 소년의 이름은 '욘 안데르손'이고 거친 말썽꾸러기에 다른 학생들이 그를 모두 피한다는 소문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에 소년을 태우면 마치 라디오를 킨 것처럼 온종일 재잘거리는 소리가 배를 채웠다. 그의 항해일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또한 삶의 한 단계다.
중력도 없고 안정감도 없이, 매일 아침은
가느다란 팔다리와 거친 심장으로 찾아온다.

 

욘은 다시 찾아 온 닐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를 제대로 보살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이에요"

 

1971년 어느 가을날, 닐스 비크는 안데르손 가족의 집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집으로 가자 거실에 있던 욘의 어머니는 인사도 도 없이 커피와 비스킷을 가져왔다. 그의 아버지는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만, 그럼에도 집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아들을 바라봤다. 

 

"이제 저년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는군요"

 

누가봐도 소년은 남자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을 아무렇게나 칭하며 남 앞에서 비난을 이어갔다. 또 자신의 자식이 최근 어떤 성인에게 애정을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닐스도 그렇게 느끼냐고 물었다. 닐스는 자식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하며 아들의 선택에 맡기라고 했다. 하지만 욘의 아버지는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이 모든 일을 결정해야 한다며 반박한다. 그리고는 가위, 빗, 수건을 가져와 욘에게 의자에 앉으라고 강요한다. 욘은 계속해서 거부했고, 분노에 찬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다가서나 닐스가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 아이의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내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요"

 

욘의 아버지는 닐스를 노려봤고, 그 뒤로 갑자기 현기증이 났는지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순식간에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위치는 뒤바뀌었고, 닐스는 갑자기 외부인이 되어버린 욘의 아버지를 바라봤다. 폭력과 위협을 사용해 다시는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는 한 남자가 욘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다 아버지의 차를 훔치고 여자친구와 함께 달리던 중 사고를 당해 생을 마감한다. 닐스는 욘에게 장례식에 갔었다고 얘기했고, 애도를 표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려고 했지만 욘의 아버지는 닐스의 손을 외면했다. 여기서 욘이 생이 끝나는 순간 떠올린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글러브 박스에서 탄창이 비어있는 38구경 리볼버가 발견됐는데, 리볼버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묻자 욘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우리의 앞길을 막으려고 할 경우"

 

 

그의 모든 여정에서 그가 아는 것은 오직 그가 기억하리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그의 임무였고 그는 기억할 것이다. 다른 어떤 것도 생각지 않고 그저 기억할 뿐이었다. 수많은 손님들, 그리고 세상을 떠나간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가 알게 된 것은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다가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계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패배를 견뎌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유유히 떠다니다가 가느다란 강철과 시멘트로 만든 현수교를 발견한다. 그 다리 위에 닐스를 기다린 수많은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리가 건설될 당시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이었다. 어느날 닐스는 크레인 운전수에게 높은 곳에서 일하는 기분은 어떻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배 위를 오가는 그는 높은 곳의 맑은 공기 속에서 주위를 둘러볼 일이 크게 없었다. 처음으로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동쪽에는 산과 내륙이 있었고, 서쪽에는 조각난 듯한 바위, 숲, 들판, 먼바다가 있었다. 왜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런 풍경을 보지 못했는지 억울할 정도였다.

 

사실상 그 다리는 페리 운전수에게는 일자리를 잃게 만드는 장치였다. 하지만 피오르 건너편으로 사람들을 이동시켜주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닐스 비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다리를 사랑했다.

 

 

긴 시간이 지나고 루나가 닐스에게 물었다.

 

"우리가 잊은 사람이 있나요?"

 

대부분의 사람은 잊혔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은 떠나가고 없고 물살은 낮과 밤을 지우고 모든 것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조각들로 분리한다. 이제 마지막 하루 끝에 다다른 순간 닐스는 아내와 자식들의 추억에 젖는다. 그의 아내는 뇌에 문제가 생겨서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병원을 자주 오가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그는 아내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도무지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오자 글로 쓰면서 소통을 이어가는데 아내는 그에게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렇게 짐짝처럼 죽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요양원에 보내달라고 말하지만 닐스는 끊임없이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젠장!'이라고 하면서 '당신은 배에만 충실했어요. 항상 그랬어요'라고 그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수첩을 빼앗아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에요"

 

 

드디어 그의 진정한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그의 마지막은 그가 열린 바다로 나아가면서 끝날 것이다. 그는 이제 항로를 벗어난 길 잃은 페리 운전수가 되었다. 밤배가 되어버린 그의 배에는 이제 모두가 함께 했다. 죽은 자들은 두 발로 걸어서, 버스를 타고, 택시를 타고 왔다. 배 위 허공에 떠 있는 그들은 랜턴 불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밤배는 죽은 자들로 채워졌다.

 

삶은 끝없는 초안과 스케치이며,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자 과거와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지막 그의 아내 마르타가 그에게 찾아왔고 두 팔로 감싸안으며 몸을 기댔다. 

 

"어떻게 피오르를 건너왔나요?"

 

"물론 자전거를 타고 왔죠"

 

그가 드디어 피오르를 건넜다. 열린 바다로, 더는 숨을 수 없는 곳으로, 더는 두 다리로 몸을 지탱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더는 배의 심장이 뛰지 않는 곳으로 갔다.

 

책의 포인트

 

 모두 끝을 향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쟁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모두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인생에 있어 죽음이라는 마지막 순간은 모두에게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종착점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루의 시간을 알차게 살아가는 것도 우리가 맞이할 그 순간을 위한 것이다. 책 안에서는 닐스가 태운 여러 명의 승객들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가득 가져와 닐스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세상을 떠나갔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나 결국 죽음 앞에서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모든 삶들은 그만큼 자신의 살아생전 삶에 충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살아있을 때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갔고, 불의에 투쟁하고 잘못된 일에 대항하면서 모든 것을 이겨냈다. 결국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닌 그 인생을 얼마나 값지고 충실하게 살아갔는지를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닐스 비크에게 인생을 함께한 '배'가 자신과 같은 존재로 남겨진 것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는 자신만의 끝에 다다랐을 때 '사랑'이라는 흔적으로 남겨질 것이다. 

 

가장 인상깊은 구절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은 결코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같지 않다.
끝은 모든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다가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계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패배를 견뎌내야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일단 시작된 이야기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며
좋든 싫든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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