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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소설

급류🌊_정대건

by 나연 킴 2025. 1. 12.

안녕하세요😊

오늘은 최근 읽었던 소설 중 가장 인상깊었던 책 하나를 리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정대건 작가님의 '급류'입니다.

 

먼저 간단한 책 소개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책 소개

 

 

저자: 정대건

출판: 민음사

발행: 2022.12.22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상처에 흠뻑 젖은 이들이 각자의 몸을 말리기까지,

서로의 흉터를 감싸며 다시 무지개를 보기까지

거센 물살 같은 시간 속에서 헤엄치는 법을 알아내는

연약한 이들의 용감한 성장담, 단 하나의 사랑론

 

2020년 《한경신춘문예》에 장편소설 『GV 빌런 고태경』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정대건의 두 번째 장편소설 『급류』가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0번으로 출간되었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러 갔던 도담이 한눈에 인상적인 남자아이 ‘해솔’이 물에 빠질 뻔한 것을 구하러 뛰어들며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운명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첫 만남 이후 둘은 모든 걸 이야기하고 비밀 없는 사이가 되지만, 그 첫사랑이 잔잔한 물처럼 평탄하지만은 않다. 모르는 사이에 디뎌 빠져나올 수 없이 빨려드는 와류처럼 둘의 관계는 우연한 사건으로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도담과 해솔의 관계가 연인으로 발전하던 어느 날,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가 불륜 관계인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이에 화가 난 도담은 그 둘이 은밀히 만나기로 한 날 밤 랜턴을 들고 그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그날 이후, 진평에서 오직 서로가 전부이던, 나누지 못할 비밀이 없던 도담과 해솔의 관계와 삶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다. 해솔의 엄마와 도담의 아빠는 어떤 관계였던 걸까? 그 날, 그 밤 도담과 해솔은 어떤 일을 겪게 된 걸까?

 

책 내용 정리(스포주의)

 

인연의 시작

빠른 속도로 물이 흘러 겉잡을 수 없이 서로에게 빠지게 된 해솔과 도담의 첫 만남은 2005년 진평에서 시작된다.

도담은 몸이 좋지 않은 엄마와 소방관으로 일하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아빠는 소방 학교에서 수상 구조 교관으로도 근무했던 터라 수영을 매우 잘했고, 도담에게도 수영을 가르치곤 했다.

 

"중성 부력에서는 무중력 상태처럼 자유롭지. 아빠는 도담이가 중성 부력에서처럼 평온하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던 도담은 그날도 아빠와 함께 진평강에서 수영을 하던 중 유난히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한 소년을 발견한다. 그러다 소년이 물에 들어가는데, 그만 깊은 곳에 빠지게 되고 다행히 도담의 아빠, 창석의 도움을 받아 구해진다.

이때부터 이 둘의 인연은 시작된다. 도담은 낯선 얼굴, 하얀 피부에 잡티도 없이 깨끗한 소년, 해솔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해솔의 엄마 미영은 창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네 사람은 관계를 맺는다.

 

창석은 이후로도 도담과 해솔과 함께 수영을 했고, 창석과 미영 그리고 도담과 해솔은 서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예상치 못한 순간 찾아온 급류

그렇게 지내던 중 우연히 도담의 친구 희진으로부터 창석과 미영이 단 둘이 어디론가 다닌 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도담의 엄마는 지금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그 사이 창석과 미영 단 둘이 따로 만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도담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결국 도담은 해솔과 함께 두 사람의 뒤를 몰래 따라가보기로 하는데, 해솔은 내키지 않는다. 도담은 해솔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을 멀리서 지켜보는데 창석과 미영은 다정해보이는 모습으로 상의를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천둥번개가 치는 어두컴컴한 밤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본 도담은 병원에 있는 엄마를 생각하며 분노를 삼키고, 옆에 있던 해솔은 참지 못하고 랜턴 스위치를 켜버린다.

 

멀리서 나타난 빛에 놀란 창석과 미영은 놀라고, 해솔은 두 사람이 물에서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켠다. 하지만 그것에 당황한 두 사람은 물에 빠져 거센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휩쓸려 내려갔다. 어떻게든 두 사람을 구하려는 해솔과 그를 말리는 도담까지 당시 급박한 상황은 누가 말릴 세도 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창석과 미영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급류에 떠내려가고 말았다.

 

끊을 수 없는 사이

사고 이후 해솔과 도담은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도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도담의 엄마는 도담이 해솔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화를 냈다.

 

"너희는 악연이야. 얽혀서 좋을 게 없어. 절대로 연락하지 마"

 

도담은 거대한 물음표로 남겨진 창석을 원망했고, 해솔은 끊임없는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두운 암흑기를 지낸 후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연인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도담과 해솔은 과거에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다른 연인을 만나 잊어보려고 해도 쉽지 않았고, 자신의 아픔을 꺼내면 상대는 자신은 받아줄 수 없다며 회피하고는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1살의 겨울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한다. 떨어져 있던 시간만큼 두 사람은 3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을 없애려는 것처럼 서로를 안았다.

 

"도담아, 미안해"

"왜 그래. 그런 말 하지 마"

 

하지만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있는 질긴 끈은 두 사람을 강하게 묶고 있었고, "불쌍하다" "미안하다"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관계에 독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서로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으며 가시돋친 태도를 보이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서로의 구원자

이별하고 6년 뒤, 도담은 재활 치료실에서 재활치료사로 일을 하고 있다. 물론 깊진 않지만 잔잔한 연애도 하고 있었다. 해솔은 구조대원으로 일을 하면서 여러 위험한 현장을 누볐다. 그 또한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는 누가봐도 목숨을 잃을 것처럼 보이는 위험한 현장에도 망설임없이 뛰어들었다.

 

우연히 뉴스로 접한 해솔의 소식에 도담은 왜 그가 하필 자신의 아버지처럼 구조대원이 되었는지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구조를 하다 부상을 입은 해솔과 도담은 재활 치료실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넌 나를 보면 아직도 슬퍼?"

 

끝내 서로를 놓지 못했던 두 사람은 다시 만나,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과감하게 돌파하기 위해 진평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도담은 해솔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된다. 사실 해솔은 당시 창석과 미영이 떠내려갈 때 그들을 필사적으로 따라갔고, 창석의 손을 겨우 붙잡은 해솔은 구하기 위해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창석은 해솔을 위해 손을 놓아버린다.

 

눈 앞에서 떠내려가는 두 사람을 바라본 해솔은 이후로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도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고, 슬픔을 함께 잊어보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러다 해솔이 또 다시 위급한 현장에 뛰어들어 심한 부상을 입게 되고 도담은 그 순간 자신의 삶에서 해솔이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2019년 추모선에서 해솔과 도담은 오랜 시간 외면해왔던 창석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누군가가 배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졌는데 두 사람은 망설임없이 물에 뛰어들었고, 사람을 구한 뒤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리뷰

 

p99. 아빠도 외로웠나. 내가 있고 엄마가 있는데 뭐가 그렇게 외로웠나. 도담은 다짐했다. 외롭지 않아야 했다. 외로우면 약해지고 쉽게 빠질 수 있다. 주변에 사람을 두고 혼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얄팍하더라도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지점은 도담이 그 사건 이후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랑을 해도 늘 불안함을 느낀다는 점이었다. 아버지의 대한 원망으로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넣어버린 도담은 어떤 관계를 맺어도 고립되고 외로운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뭐가 그렇게 외로웠기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인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도담의 한탄스러움이 안타까웠다.

 

p107. 처음엔 우울증이나 PTSD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과 다른 뭔가가, 직업적 사명감도 다른 종류의 무언가가 해솔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을 구조하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필사적이면서 자신을 구하는 데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해솔은 왜 유독 다른 사람을 구조하는 데 필사적이었다. 자신의 목숨은 져버린 채 그가 그렇게나 구조에 집착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릴 적 사고가 자신의 실수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해솔은, 눈 앞에서 놓쳐버린 두 사람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구해준 창석을 그렇게 보내고, 해솔은 누구보다 누군가를 지키고 구조하는 것에 힘을 써왔을 수도 있다. 구조대원으로서 직업적 사명감을 넘어선 다른 종류의 무언가는 소중한 사람을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그의 처절한 외침이었을 것이다. 

 

p226. 해솔과 얽힌 사연 때문에 연상되는 슬픔. 같은 상처를 가진 동질감, 연민이다. 우리가 보통 지독한 인연은 아니지. 해솔과의 재회에 운명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건 우연에도 인과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의 습성 때문이다. 

 

슬픔, 동질감, 연민으로 얽힌 지독한 인연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끊임없는 급류 속에서도 운명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앞에 서 있었다. 우연이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깊어서 도저히 그냥 나올 수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런 운명.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있으면 슬프지만 떨어지고 싶지 않은 의문이 가득한 감정이 두 사람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 눈만 바라봐도 과거의 슬픔이 연상됐지만, 이제 그 과거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급류로 떠나보낼 것은 떠나보내는 것이 맞았다. 두 사람은 이제 거센 파도 앞에서도 두렵지 않았다.

 

인상깊은 구절

 

p248~249

"네가 혹시라도 자책하고 있다면 그러지 마"

 

"나야말로 그날 일에 대해 네게 사과했어야 했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다시 나타나 줘서. 살아 있어 줘서.

나는 이 모든 저주 같은 일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누군가를 벌하려는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초래했다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너를 벌주려고 하지 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무도 바라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뜻밖의 사고였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야."

 

p255

아무도 모르는 죄책감을 오래 품고 지낸 그는 자기 삶을 덤으로 얻은 인생이라고 여겼다. 열 명의 목숨을 구하고 백 명의 목숨을 구하면 그 값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명은 그렇게 쓰여야 한다는 듯 위태롭게 뛰어들었던 것이다.

 

p296

그때 조류에 밀려나 두 사람이 멀어졌다. 둘은 물결을 가로질러 서로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해솔과 도담은 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 앞에 파도가 있었지만 그들은 수영하는 법을 알았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