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치면 평범함도 꿈이 되었다
오늘은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어른들의 삶에 평범한 행복을 심어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라는 에세이로 '태수'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삼십 대 후반,
삶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만족으로 삼으며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니 작가님이 글을 쓰시면서 지향하시는 목표 지점과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행복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법이 아닌 인생에서 맞이하는 불행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의 내용에서 인상깊고 소개하고 싶었던 구절을 토대로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것
"삶이 고단하지 않은 날 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누구나 기분이 태도가 되는 날이 있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날로 가득하다. 몸이 지치면 마음이 지치기 마련이라 종종 우리는
삶에 고단함을 나와 연결된 누군가에게 해소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도 다정함은 길을 잃고, 사소한 대답조차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쳐버린 마음에서 나온 감정적인 언어는 다른 사람의 속박에서 벗어나 영원히 혼자가 되고 싶다는 것을 뜻한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혼자가 좋다는 말은 사실 '잠시 숨을 돌릴 시간 좀 줘'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을 뿐, 나는 영원히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 사람들에게 보내야 할 다정함이란 의무에서 잠시 피신하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님이 선택한 방법은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근육의 크기만큼 다정함의 크기도 커질 것이라 믿는 것이다. 단단해진 몸과 함께 다정함의 크기도 커질 것이고, 말랑해진 마음도 그만큼 단단해질 것이니까.
다정함의 크기는 오늘 내가 버텨낸 1초의 시간만큼 더 커질 것이다.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어제가 진짜 어제인지, 오늘은 언제인지 헷갈릴 만큼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없는 하루를 살고 있다. '시간은 금'이라는 명목 아래 힘들지만 일단 앞으로 걷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그만두고 싶게 만들지 않는다. 조선시대처럼 신분 계급은 없지만 현대에는 돈과 명예 그리고 수많은 기준점으로 사람을 나누는 등급은 존재한다. 우리는 때로 지하철 광고판에 빛나는 미소를 띠고 있는 연예인들을 보면 '나도 저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꿈을 꾸곤 한다.
집에 돌아오는 길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을 때 이런 위로를 해주면 어떨까?
"삶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넌 모르지"
깜깜할 때 출근하고 깜깜할 때 퇴근하면서도 한 번도 지각하지 않는 것, 다리가 아파도 하나 남은 자리에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해드리는 것, 상사의 갑질에도 성실하게 모니터를 키고 일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오늘도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해내는 당신에게 짧은 위로를 건내는 연습을 하자.
"인생에 의미를 잃어도 누군가의 성공에 까무룩 자존감이 무너져도 꿋꿋이 일어나 제자리로 향하는 너를 응원해. 도망치지 않는 것도 능력이야. 빌어먹을 인생에 정직하게 부딪히는 너도,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특정 상황을 마음속에서 '실제'라고 결정해버리면 그에 맞게 내 행동과 생각을 변형시켜 결국 원하는 결과를 이뤄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믿기 힘든 이론처럼 들리겠지만, 자기 확신이 부족한 요즘에 가장 필요한 이론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 겸손은 미련이다. 지나친 자신감은 재수 없음과 동의어로 실패했을 때 실망할 것을 대비해 스스로에게 부단히도 이 말을 세뇌시킨다. '어차피 안될거야' 물론 그 말들은 실제로 추락했을 때의 아픔을 덜어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날개마저 빼앗아갔다." 우리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면서 스스로의 능력에 한계치를 만들어왔다. 즉 자신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면서 어쩌면 도전하기보다 안될 바에 포기하는 법을, 추월할 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보다는 주어진 현실에 견디는 법을 배워왔을 지도 모른다.
책은 '말의 힘'을 말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만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의 포기가 도전으로 바뀌고, 두려움이 용기로 바뀔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말 한마디이다. 이 책은 스스로에게 참 지독하게 냉철했던 나에게 허파에 바람 좀 팽팽하게 넣어줘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되뇌어보자. "우리는 언제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높이 날 수 있는 사람이다" 작가님의 위로에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위키드'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My future is unlimited
"진짜 사이코패스는 감옥에 있지 않다"
살면서 수많은 인간의 유형을 만나게 된다. 특히 습관적으로 타인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사람들을 변형시키고,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퍼뜨려서 나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고작 다른 사람들을 폄하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온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어떤 이들은 법에 걸리지 않는 살인을 한다. 몸이 아닌 정신을 죽이는 것이다. 이들은 절대 누군가를 죽이지 않는다. 단지 죽고 싶게 만든다. 별 이유는 없다.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나의 몸과 정신을 죽이는 진짜 사이코패스는 내 가까이에 존재한다. 친구, 상사, 가족과 같이 내가 쉽게 기댈 수 있는 곳. 그런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건 내가 도망치는 일이다. 도망치는 게 약하게 보일 지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것도 싸우는 것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살기 위해 도망쳐야 할 때도 있다.
유명 격투기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칼 든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도망쳐야지" 세상에는 손보다 입으로 칼을 들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내가 아빠의 아빠가 되어줘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나보다 인생을 30년이나 더 산 우리 부모님도 터무니 없는 전화 한 통으로 사기를 당할 수 있다. 그들이 세상에 무지하고 경계심이 무뎌져서가 아니다. "한 명의 어른은 하나의 도서관과 같다고 한다. 인생의 지혜는 세월의 깊이와 비례하기에 어른의 삶 속에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철학이 많다는 의미다. 그러나 요즘은 도서관이 가장 느리다. 새로운 정보는 언제나 인터넷에서 시작되고 단물 다 빠진 뒤 뼈만 남을 때쯤 도서관에 도착한다. 그래서 요즘은 어른들이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 또한 너무 많다"
다 큰 어른이 순수한 소년, 소녀처럼 느껴지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어른에게도 어른은 필요하다. 나이의 흐름을 미처 느끼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아직 세상에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다. 만 19세가 넘은 사람들 모두를 어른으로 칭하기에는 세상은 너무 빠르고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서로의 어른이 되어 줄 필요가 있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되고 알아가면 되는 거니까. 다시 한 번 소년 같은 아빠가 될 기회를 줘야 하고 신입사원 같은 부장이 될 용기도 가져야 한다.
"MBTI로 정의하기에 나는 너무 특별해"
솔직히 나는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 테스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신빙성에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하다. 나의 성격을 MBTI 알파벳 4글자로 정의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I라고 하기에는 외향적인 면이 존재하고, 감정적인 편이지만 이성적으로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언제는 취미로 기타를 배워보고 싶어서 음악 학원에서 상담을 받는데 원장님이 뜬금없이 질문을 해왔다. "혹시 I죠?" 나는 순간 I가 뭔지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지만, 잠시의 정적에서 '그것도 모르냐'는 기류가 흘렀고 눈치가 다소 빠른 나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가 "아! 네..."라고 대답하자 원장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에도 나를 마주칠 때마다 원장님은 MBTI를 물어왔다. 잠깐의 짧은 인사와 대화 만으로 나를 판단해버린 것이 솔직히 별로였지만, 요즘 세상이 그런 것 같다. MBTI를 모르면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들이 '대문자 I'라는 짧은 대명사로 너무 쉽게 정의되는 것이다"
면접에서도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이라는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면접 준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이다. 나는 눈물이 있다가도 없고, T이자 젊은 꼰대도 될 수 있는 다채로운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요즘에는 나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이 단순하게 나를 하나로 정의 내리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우린 명사들을 찾는다. 나도 남도 단순하게 이해하여 세상에 대한 불안감을 쉽게 지우려고 한다"
나이를 먹어도 스스로를 향한 궁금증을 잃어서는 안된다. "우린 고작 몇 개의 단어들로 결코 정의될 수 없는, 개성 가득한 존재들이기에"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아무 일도 없는 하루가 괜찮은 게 맞는지 걱정될 때가 있다. "오늘은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묻는 질문에 "별일 없었어"라고 답하는 게 과연 맞는 삶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일은 기쁜 이벤트가 아니라 새로운 숙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별 일 없는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모른다. 별일 없는 하루가 이어지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 내 삶이다."
조용한 하루는 웃을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울 일이 없는 것이고, 나른함은 게으른게 아니라 안정적인 상태이고, 심심한 건 나태한 게 아니고 편한 것이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의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현명한 사람은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는다"
"지금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아?" "월 300이면 생활이 쪼들리지 않아?" 누가시키지도 않은 쓸데없는 남들의 오지랖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고 단호하게 일축하는 건 중요하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로 쉽게 그들에게 내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태도를 키워야 한다. "그래서 현명함이란 의외로 행복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불행의 양을 줄이는 데 더 많이 쓰인다. 일단 한번 불행으로 물든 마음은 어떤 행복으로도 쉽게 퇴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될수록 불행에 대한 수비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소중한 나를 지키는 방법은 나에게서 나온다. 뻔한 말이지만, 어쩌면 수비에 실패해 결국 도망쳐 본 경험을 한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내 인생은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고, 생각보다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것이 거창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내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행복은 단지 불행이 없는 상태와 같다. 행복 없이도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성취, 기쁨, 짜릿함처럼 나를 흥분시키는 행복도 있지만, 나를 잠시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또 다른 행복이 있다는 걸 꼭 기억하자.
매일같이 찾아오는 여름철 모기마저 수행이라 버텨내는 사람이 아니라,
꼼꼼히 방충망을 치고 모기향을 켠 뒤 잔잔한 밤을 보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에필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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